제보자하*
반려품 이름내머리위의작은우산
반려품 나이
9세
반려품 소개내 머리 위의 작은 우산,, 비 오는 날이면 항상 제 머리 위에서 핑크빛을 뿜어내는 이 우산을 처음 만난 건, 2013년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. 저희 언니는 배스킨 베테랑 알바생이었기에 가끔 굿즈를 가져오곤 했죠. (물론 아이스크림 사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입니다.) 이때 가져온 굿즈가 바로 이 우산이었고 언니는 별 생각 없이 툭, "너 이거 쓸래?"라고 물었습니다. 그때까지도 우산이라 함은, 평범한 투명 우산 혹은 커다란 검정 우산이 다였던 저에게 이 깜찍한 우산은 선물도 같았습니다. 저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항상 이 아이를 갖고 외출했습니다. 친구들은 모두 귀엽다,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. 점점 애착이 가는 이 우산에게 제 이름을 적었습니다. 이름을 적는다는 건 꽤나 의미있는 행동이죠. 

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. 불타오르는 친구들의 학구열에 밀리지 않게 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. 저희 학교는 주말에도 보충을 했기에 오후 느즈막히 학원에 도착하여 저녁 늦게 마쳤습니다. 그 날은 운수가 나쁜 날이었습니다. 핸드폰을 학교에 압수 당하고 그나마 갖고 있던 아이팟도 배터리가 다해 꺼진 상태였습니다. 하늘에선 태풍이 온 것처럼 비가 왔고 학원 다닌지 겨우 한달차, 버스 노선에 익숙하지 않던 저는 차를 잘 못 타고 만 것입니다. 집에서 점점 멀어지는 버스에서 황급히 내렸습니다. 다행히 아는 길이더군요. 하지만 걸어서 족히 한시간은 걸리는 곳이었습니다. 돈도 없는 학생이었기에 택시는 사치였죠. 결국 걸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.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강력한 비바람이 우산과 제 다리를 때렸습니다. 갈 길이 머니 우산이 뒤집어질까 두려움에 떨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갔습니다. 거기서 우산이 뒤집어진다면, 저는 그저 주저앉아 울고 싶어졌을 겁니다. 하지만 이 튼튼한 우산은 다행히 잘 버텨주었고 저는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. 집에 와보니 장장 1시간 30분을 걸어왔더군요. 그 시간동안 태풍에 버금가는 비바람에 건뎌준 게 장했습니다. 이 사건 이후 이 우산을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습니다. 

주인의 손 때가 타 혼이 생긴 물건은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온다고 하죠. 그 이후에도 이 우산은 무사히 저에게로 돌아왔습니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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